대구 한 초등학교 1학년 부장교사 A씨는 2학기에 예정된 현장체험학습 날짜가 다가올수록 초조해진다. 학생들을 데리고 위법이란 걸 알면서도 어린이통학버스가 아닌 전세버스로 현장체험학습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버스회사와 계약할 당시 '어린이통학버스로 교체 가능하다'는 조건이 없었기 때문에 교체를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학교장에게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하고 도보로 이동 가능한 근교 체험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 문의했지만 교장은 별다른 대책 마련 없이 '이제 와서 어떻게 취소를 하느냐'고 답할 뿐이었다"고 토로했다.

현장체험학습에 어린이통학버스로 인정되지 않은 차량을 이용하면 현행법 위반이라는 법제처 해석이 나오면서, 전세버스로 현장체험학습을 강행해야 하는 교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법제처는 '만 13세 미만 어린이가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버스를 임대할 경우 도로교통법상 어린이 통학 등에 해당된다'는 해석을 내렸다. 

교육부는 현장체험학습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각 시·도 교육청에 안내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장체험학습에 어린이통학버스로 인정되지 않은 차량을 이용하던 중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교사가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전국초등교사노조와 충남교사노조(이하 노조)는 현장체험학습에 어린이통학버스 미신고 차량을 사용할 경우에 대비한 법률 자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현재 경찰청이 어린이통학버스에 대해 계도·홍보 중이라고 하더라도, 현장체험학습을 간 상황에서 학생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면 교사 등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는 해석이 나왔다.

만약 안전사고가 어린이통학버스를 이용한 경우 막을 수 있었던 측면이 있었다면 어린이통학버스를 이용하지 않은 것 자체가 업무상 과실로 판단될 여지가 있고 교사의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 한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 B씨는 "같은 학년 교사들과 함께 2주에 걸쳐 교장, 교감을 설득한 끝에 현장체험학습이 다행히 취소됐다"며 "검찰청으로부터 '지금 계획대로 전세버스를 이용하는 건 위법'이라고 답변 받은 내용을 보여주고 나서야 취소하기로 결정됐다"고 했다.

교사들 사이에선 관련 법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현장체험학습 추진을 보류하거나 전면 취소하도록 교육청 차원에서 권고를 내려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이보미 대구교사노조 위원장은 "충분히 혼란을 예상할 수 있었고 이에 대비할 기간이 있었음에도 상위 기관인 교육부나 교육청의 행정 공백으로 일선 현장 교사들의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며 "민·형사상 책임에서 확실히 자유로운 것도 아닌데 원래대로 학사운영을 진행하라고 하는 교육당국이 답답하다"고 했다.

이어 "교육청이 별도의 안전대책 마련 없이 위법한 교통수단을 활용한 현장체험학습 운영 및 인솔을 현장에 강요할 경우 법적 조치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료출처-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