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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원(맨 왼쪽)·김률희 학생기자가 공과 동물 모양 토피어리를 만들었다.
김나원(맨 왼쪽)·김률희 학생기자가 열린체험터 본사를 방문해 공과 동물 모양 토피어리를 만들었다.

드디어 여러분이 기다리던 겨울방학이 시작됐어요. 하지만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와 낮에도 영하를 맴도는 매서운 추위 때문에 외출 한 번도 쉽지 않죠. 게다가 실내 공기는 어찌나 건조한지. ‘집콕’ ‘방콕’ 중인 여러분을 위해 감성도 기르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취미를 소개합니다. 바로 토피어리(topiary)예요.

열린체험터 서은아 선생님(맨 왼쪽)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수태 토피어리 만드는 법을 설명했다.
열린체험터 서은아 선생님(맨 왼쪽)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수태 토피어리 만드는 법을 설명했다.

토피어리는 자연 그대로의 식물을 동물 도형 등 여러 가지 모양으로 다듬는 기술 혹은 그 작품을 뜻해요. 토피어리의 고향은 고대 로마입니다. 로마 귀족의 정원사가 정원수에 라틴어 이니셜을 새겨넣은 것이 최초의 토피어리였다고 해요. 이후 로마가 지중해 인근 나라들을 점령해 나가면서 유럽 각지로 전파됐죠. 하지만 정원이나 큰 나무가 없어도 토피어리에 도전할 수 있어요. 19세기부터는 실내에 설치 가능한 소형 토피어리도 만들기 시작했거든요. 여러분도 방 안에서 나만의 정원을 꾸밀 수 있답니다. 김나원·김률희 학생기자가 토피어리와 친해지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열린체험터 본사를 방문했어요. 직업·경제·체육·역사·요리·자연 공예 등 여러 분야의 방문 체험학습으로 청소년과 만나고 있는 곳이죠. 오늘은 자연체험교실 프로그램을 맡은 서은아 선생님과 함께 토피어리를 배워볼 거예요.

서은아 선생님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수태 토피어리 만드는 법을 시연했다.
서은아 선생님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수태 토피어리 만드는 법을 시연했다.

“여러분 토피어리가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서 선생님의 물음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고개를 저었어요. 두 사람 모두 꽃꽂이는 배운 적이 있지만, 토피어리는 처음인 생초보죠. “취재 때문에 조사를 해봤더니 토피어리는 식물을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 수 있어서 재밌을 것 같아요. 그런데 미적 감각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걱정이 되네요.” 김나원 학생기자의 말에 서 선생님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맞아요. 미적 감각이 있으면 더 좋죠. 하지만 오늘 만들 공 모양과 동물 얼굴 토피어리는 초보자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오늘은 수태 토피어리를 배울 거예요. 수태란 자연건조한 물이끼를 뜻해요. 모래색이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톱밥처럼 보이기도 하죠. “수태는 원래 초록색의 생이끼인데, 주로 수입하기 때문에 압축해서 바싹 말린 뒤 시중에 유통돼요. 그래서 모래색이 된 거죠. 토피어리를 만들기 위해 건조된 수태를 물에 적셔서 다시 불렸어요. 이걸 공 모양으로 만들고, 그걸 응용해 동물 모양도 만들어 봅시다.” 김나원·김률희 학생기자에게 수태를 한 뭉치씩 나눠주던 서 선생님이 말했어요. “으악, 젖은 수건 만지는 느낌이에요.”(률희)

공 모양 수태 토피어리를 만들기 위해 아이비의 뿌리를 수태로 감싸고 있는 김나원 학생기자.
공 모양 수태 토피어리를 만들기 위해 아이비의 뿌리를 수태로 감싸고 있는 김나원 학생기자.

공 모양 토피어리 만들기 첫 단계는 수태 손질입니다. 원하는 만큼의 양을 바닥에 펼쳐두고 피자 도우를 반죽하듯이 토닥토닥 두드리세요. “자연 상태의 수태는 잘 뭉쳐지지 않아요. 이렇게 두드리면 좀 더 쫀쫀하게 달라붙죠. 중간중간 수태에 섞인 지푸라기는 나중에 형태를 만드는 데 방해가 되니 골라내세요.” 직사광선을 피해야 하는 수태는 반양지나 반음지에서 잘 자라는 식물과 잘 어울려요. 공 모양 수태 토피어리는 위에 아이비를 심어줄 거예요. 화분에서 아이비와 흙을 통째로 꺼낸 뒤 뿌리에 묻은 흙을 살살 털어주세요. 토양이 아예 없으면 식물이 잘 자라기 어려우니 적당량의 흙을 남겨두어야 해요.

이제 아이비의 뿌리를 수태로 감싸서 공 모양으로 만들 차례입니다. “아이비를 바닥에 눌러둔 수태 중앙에 놓으세요. 그리고 수태로 뿌리를 감싼다는 느낌으로 조금씩 붙여줍니다. 점토놀이 하는 것처럼요. 수태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돌려가면서 확인하세요. 물이 쫙 빠질 정도로 힘을 주면서 형태를 잡아야 해요.” 두 손으로 열심히 수태를 뿌리에 붙여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하지만 수태가 마음처럼 쉽게 뭉치지 않네요. 이럴 때 필요한 게 낚싯줄이죠. 위·아래·대각선으로 골고루 감아주면 수태가 고정됩니다. 투명한 재질이라 미관을 해치지도 않아요.

김률희 학생기자가 공 모양 수태 토피어리를 만들기에 도전했다.
김률희 학생기자가 공 모양 수태 토피어리를 만들기에 도전했다.

“처음부터 형태를 크게 만들 필요는 없어요. 일단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로 탄탄하게 만든 뒤, 낚싯줄로 감아주고 그 위에 다시 수태를 붙여도 됩니다.” 서 선생님이 소중 학생기자단이 만든 수태 덩어리를 살피며 말했어요. 한 손으로 수태 덩어리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낚싯줄을 팽팽하게 늘려서 감으면 좀 더 수월하게 형태를 만들 수 있죠. “제 수태 덩어리는 모양이 파인애플 같아요.”(률희) “처음 만들다 보면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조금씩 수태를 붙여가면서 형태를 보완하면 됩니다. 늘어지는 수태들은 낚싯줄로 감아주시고요. 삐져나온 건 가위로 다듬어주세요. 다 쓴 낚싯줄은 감아둔 줄 사이에 바느질하듯이 집어넣으세요. 사이사이에 찔러두는 거죠. 그러면 줄이 풀리지 않아요.

열심히 줄을 감다 보니 어느새 그럴듯한 형태의 공 모양 토피어리가 완성됐어요. 여기에 검은색 나사를 붙여 눈과 코를 만들고, 리본도 달아주면 얼굴 모양이 나타나죠. 처음 도전했음에도 꽤나 그럴듯한 결과물에 김나원·김률희 학생기자가 뿌듯한 표정을 지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아이비와 수태를 이용해 만든 동물 얼굴 모양 토피어리.
소중 학생기자단이 아이비와 수태를 이용해 만든 동물 얼굴 모양 토피어리.

“이제 동물 얼굴 토피어리도 만들어볼 겁니다. 지금 만든 형태에서 귀만 따로 제작해서 붙여주면 돼요. 두 번째 도전에 쓸 식물은 테이블 야자로 해볼까요?” 서 선생님이 테이블 끝에 있던 곰돌이 얼굴 형태의 완성작을 먼저 예시로 보여줬습니다. 테이블 야자가 곰돌이의 머리카락처럼 보이네요. 다시 한번 수태를 바닥에 놓고 두드려 쫀쫀하게 다지고, 화분의 흙을 털어내고, 뿌리에 수태를 붙여서 감으면서 낚싯줄로 모양을 잡아줍니다. 이미 한 번 해봐서 그런지 학생기자단의 손길이 훨씬 빨라졌어요.

수태로 귀를 만드는 법은 어렵지 않아요. 일단 와이어를 짧은 길이로 잘라 U자로 구부리세요. 그리고 적당량의 수태를 두드려 펴서 U자형 와이어를 감싼 뒤, 동그란 모양으로 만들고 낚싯줄로 형태를 잡아주세요. 얼굴에 꽂을 심이 필요하니 와이어의 밑부분은 남겨둬야 해요. 이 과정을 두 번 반복하면 양쪽 귀가 탄생하죠. 귀 만들기는 와이어가 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식물의 뿌리에 수태를 감을 때보다 조금 더 수월해요. “여러분이 만든 귀를 양쪽에 꽂아주고, 아까처럼 검은색 나사로 눈과 코를 표시해 주세요. 그리고 이마에 리본을 꽂으면 끝이에요.”

서은아 선생님이 비누꽃으로 만든 수태 토피어리.
서은아 선생님이 비누꽃으로 만든 수태 토피어리.

“오늘 저희가 만든 토피어리의 활용법이 궁금해요.” 완성된 작품을 요리조리 살피던 김나원 학생기자가 말했어요. “선생님은 오늘 만든 토피어리가 여러분의 소중한 반려 식물이 됐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카페 등 휴식공간에도 꽃과 각종 나무, 토피어리 등을 한가득 채워 넣은 걸 쉽게 볼 수 있죠. 그런 곳에 들어가면 가만히 있어도 위로받고 휴식을 취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게 식물이 주는 기쁨이죠. 여러분의 베란다나 방도 직접 만든 토피어리를 통해 나만의 정원으로 꾸밀 수 있어요. 또한 토피어리는 습기를 머금고 있기 때문에 가습 효과까지 있어요. 건조한 겨울에 딱이죠.”

테이블 야자와 아이비를 활용한 수태 토피어리들.
소중 학생기자단이 테이블 야자와 아이비, 수태를 활용해 만든 토피어리들.

조합을 잘하면 키우기 쉽다는 점도 수태 토피어리의 장점이에요. “오늘 만든 아이비와 테이블 야자 수태 토피어리는 방 안이나 거실 안쪽 등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곳에 두고, 분무기로 물을 수시로 뿌려주면 돼요. 이끼는 축축한 걸 좋아하기 때문에 수태 부분이 전체적으로 건조하다 싶으면 물에 잠깐 담가두세요. 혹여나 식물이 시들시들해져도 화분에 옮겨 심으면 다시 생기를 되찾는답니다.” 단, 식물은 종류마다 좋아하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수태로 감쌀 식물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먼저 알아봐야 해요. 또한 생화의 경우 이미 뿌리를 잘라낸 상태이기 때문에 수태로 감싸서 키우기에는 부적합해요. 키우기도 쉽고 공기 정화는 물론 가습 효과까지 있는 수태 토피어리. 내 손으로 만들었기에 애착도 생기죠. 이번 겨울방학에는 토피어리로 나만의 정원을 꾸며보는 건 어떨까요?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박종범(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나원(서울 봉현초 4)·김률희(서울 성동초 5) 학생기자

동물 얼굴 수태 토피어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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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키우고 싶은 식물·적당량의 수태·가위·낚싯줄·와이어·검은색 나사 3개·리본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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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태를 테이블에 덜어 두드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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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식물을 화분에서 분리해 뿌리의 흙을 털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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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수태의 중앙에 식물을 놓고 감싸서 단단히 뭉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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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낚싯줄로 수태 덩어리를 묶어서 형태를 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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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와이어 2개를 U자 모양으로 구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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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적당량의 수태를 덜어 와이어의 윗부분을 덮고, 둥근 모양으로 뭉친 뒤 낚싯줄로 형태를 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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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만들어둔 귀를 수태 덩어리 양쪽에 꽂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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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검은색 나사를 돌려가며 수태 덩어리에 박아서 눈과 코를 만들고, 리본으로 장식하면 나만의 동물 얼굴 수태 토피어리 완성.

전정 토피어리의 세계

인도 부자와 코끼리를 테마로 조성한 전정 토피어리 [윤토 제공]
인도 부자와 코끼리를 테마로 조성한 전정 토피어리 [윤토 제공]
차를 달여 마실 때 쓰는 다기(茶器) 형태로 나무를 다듬어 완성한 전정 토피어리. [윤토 제공]
차를 달여 마실 때 쓰는 다기(茶器) 형태로 나무를 다듬어 완성한 전정 토피어리. [윤토 제공]

소중 친구들은 수목원에 가본 적 있나요? 울창한 나무와 형형색색 꽃들 사이로 동물이나 도형 모양의 푸른 나무들을 본 적 있을 텐데요. 본래 우리가 알고 있는 나무들의 형태와는 다른 모습이죠. 이들은 조경사 혹은 토피어리 디자이너의 작품이에요. 동물·도형 외에도 여러분이 원하는 어떤 모양이든 만들 수 있죠. 이를 전정(剪定·가지를 잘라 주는 일) 토피어리라고 불러요. 반면 수태로 동물 모양을 만들거나, 프레임에 각종 식물을 꽂는 형태는 실내 토피어리에 해당해요. 전정 토피어리는 다양한 종류로 발전한 토피어리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죠. 다만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고, 제작 기간이 길다는 단점 때문에 현대에는 다양한 프레임을 나무에 씌워 밖으로 튀어나온 잎만 다듬는 방법을 주로 이용합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수태 토피어리는 식물과 물이끼를 함께 사용해서 만들어요. 처음에는 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조금 어려웠어요. 하지만 선생님이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차근차근 잘할 수 있었어요. 이끼를 사용해 화분을 만든다니 신기하기도 했죠. 물이끼를 모아서 계속 만들다 보니 조금씩 동물 모양이 됐어요. 토피어리는 귀엽기도 하고 공기 정화와 가습 효과도 있다고 하니 이렇게 집에만 있는 요즘, 집 안에서 만들어 장식하기 딱 좋은 것 같아요.

김나원(서울 봉현초 4) 학생기자

토피어리라는 생소한 주제에 대해 취재하게 되어서 무척 흥미로웠어요. 식물의 흙을 털고 이끼로 덮는 과정은 쉬워 보였지만,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낚싯줄을 감는 것은 쉬웠지만, 팽팽히 감아야 해서 신경이 자꾸 쓰였어요. 아무리 쉽게 보여도 직접 하기 전에는 얼마나 어려운지, 쉬운지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다음에는 다른 토피어리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김률희(서울 성동초 5) 학생기자



자료출처: 소년중앙